외환시장개입
몇 년 전 지인의 학위 논문심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논문 제목에 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한 미국인 교수가 호기심 어린 말투로 “왜 한국인들은 당시 외환 위기를 Crisis(위기)라고만 하느냐? Adjustment(조정)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한국학생들이 당혹해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나아가 가정과 사회를 어렵게 만든 위기였지만 미국인, 외환시장개입 그것도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인 그 교수에게는 한국의 통화가 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정부의 최근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에 적지 않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3년도 달러에 대한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상률은 EU가 20%, 영국이 11.4%, 캐나다가 21.8%, 호주가 32.2%, 일본이 10%, 태국이 9.1%, 대만이 2.4%, 그리고 한국은 -0.5%로 주요국들이 통화를 절상한 반면 우리는 오히려 작년 한해 원화를 절하시켰다. 게다가 올해 2004년 들어서는 외환시장 안정 채권 발행한도를 11조원 가량 증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여지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8월 17일 현재 17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외환보유고도 IMF나 OECD로부터 과다하다는 충고를 듣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2003년 1월 2일부터 2004년 8월 25일까지의 일일종가 기준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2003년 1월 2일부터 2004년 8월 5일까지 기간 중 환율이 1,160원 이하였던 기간은 전체기간의 17.7%에 불과한 반면 환율이 1,160원에서 1,180원 사이에 있었던 기간은 전체의 35.9%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프의 짙은 부분으로 표시된 것처럼 달러 환율은 이 기간 중 대부분 1,160원에서 1,200원 사이에 머무르고 있었다. 반면 6월 15일부터 근 한 달간 환율이 1,150원대로 하락했다가 7월초 정부 관계자들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일련의 발언을 통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지가 인지되고 7월 2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한도를 증가하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환율은 7월 15일에 1,160원대를 회복했으며 이후 8월 첫째 주까지 계속 1,160원대를 웃돌고 있었다.
7월 28일자 재경부 공식 입장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수출을 위해서가 아닌 만일의 경우 외환시장의 투기세력 방지가 그 목적이라고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수출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사실 내수와 투자가 부진한 현 경제상황에서 수출마저 둔화된다면 경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정부의 고환율유지정책에 두 외환시장개입 가지 중대한 변수가 생겼다. 첫째는 국제유가의 급상승이고 둘째는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콜금리 인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게 된다면 원유 수입가격을 더욱 높이게 되고 또한 금리인하로 초래되는 자본의 해외유출과 그로 인한 환율상승(원화의 평가절하)을 심화시켜 수입 물가를 인상시키게 된다.
이러한 수입물가 인상요인을 감안하여 정부는 8월 들어 달러 매입을 통한 환율방어를 잠시 늦춘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 국제유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인지된 시점을 전후한 8월 9일부터는 하루만 제외하고는 환율은 1,15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발표한 것은 8월 12일이었다. 하지만 수출에 여전히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이 더 이상 떨어지도록 놔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정부가 수출호조를 통한 경기활성화만 고려한다면 환율이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에만 개입하면 될 것이고 반대로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물가 인상만 막으려면 환율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경우에만 개입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가 stagflation 기미를 보이는 현재의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출을 부양하고 동시에 물가인상을 억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환율 수준을 일정 범위 내에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그러한 개입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경우에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장기간에 걸쳐 환율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인다면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환율에 대한 기대치는 그 범위 안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금융시장은 실물시장에 비해 거래비용이 낮고 시장정보의 공유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가격조정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외환시장개입 더 이상 정부가 개입을 행하지 않을 경우 환율은 시장자체의 힘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가격으로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인위적으로 유지되던 가격과 수급에 의한 균형가격의 차이가 클수록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높은 환율 변동성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가격 변동성은 시간이 경과해도 그 수준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통계적 속성은 기존의 금융경제학이나 투자 관련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또한 개입이 고환율 유지를 위한 것일 경우에는 달러 매입을 위한 국채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한도는 11조원만큼 증가한 20조원이지만 8월 현재 이미 10조원이 발행되어 이에 따른 이자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무역 측면에서 볼 때도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국가 간 교역 조건을 왜곡할 수 있다. 한 나라의 통화가 무역상대국 통화 기준으로 평가절하되면 그 무역 상대국의 물건은 상대적으로 비싸지게 된다. 따라서 적정환율이라고 생각되는 이상으로 과도하게 자국의 통화를 평가 절하시키는 외환시장개입 경우, 이는 또 다른 무역 장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잦은 개입보다는 과도한 변동성이 있을 경우만 간헐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시장 스스로 환율 변동성을 경험하면서 점진적으로 적정 환율 수준대로 수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올해 5월 19일 기준으로 내년 5월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을 밑돌 것이란 예상이 많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는 달러당 1,050원선으로, 씨티그룹은 1,080원으로 예측했고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 3월에 1,100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1,100원대가 적정한 환율수준이라고 가정한다면 현재의 1,150원과 1,160원 중간 수준에서 갑작스럽게 1,100원대로 변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기간을 거쳐 환율이 조정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시장에 충격을 덜 주는 경로가 될 것이다.
잦은 외환시장 개입은 시장 참여주체들의 환 리스크에 대한 자생적인 면역체계를 저해할 수 있고 또한 위에서 지적한 대로 경제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례적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시장으로 하여금 스스로 평소에 가격을 조정해두도록 외환시장개입 하지 않으면 개입이 없는 어느 한 순간 한꺼번에 조정해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갑작스러운 조정(Adjustment)은 또 다른 경제 위기(Crisis)일 수 있기 때문이다.
Daum 블로그
①개입 규모 : 정부의 시장개입 규모는 세계 외환시장 일일 거래량의 0.1% 이하로 유효성이 없다.
②중화외환시장 개입과 리카도 대등정리 : 민간투자자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③국내외 금융자산의 완전 대체성 : 중화개입의 경우, 국내채권과 해외채권이 완전대체재인 경우 상대 적 공급량의 변화가 투자자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외환시장 개입 유용론(공통적 효과)
①외환시장 효과 : 외환당국이 외환을 매매함에 따른 직접적 외환수급변동을 통한 효과
②신호 효과 : 미래 경제변수에 대한 내부정보를 시장에 암시하여 적정환율에 대한 기대를 변화시키는 효 과. 단,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같은 독립적인 별개의 정책수단이 될 외환시장개입 수는 없다.
3)비중화 외환시장 개입 효과
①통화 효과 : 국내 통화 공급량 증가로 이자율이 하락하고, 자본이 유출되어 환율이 상승한다.
- 케인지안 시각 : 통화량 증가는 일시적 현상으로 곧 통화량 감소정책을 예상하여, 실질 이자율 상승 및 환율 하락을 예상하게 된다.
- 통화주의 시각 : 통화증가 유지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환율 상승 예상
①불완전 대체의 경우 Ⅰ(포트폴리오 밸런스 효과)
- 외환 매입과 동시에 원화 채권을 매각하는 중화 정책
②단기적 효과의 경로 중 신호효과가 중요한 역할 수행
③개입동기와 관련하여 역풍개입 방식이 일반적
④외환당국은 통화량과 다른 경제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하여 중화개입방식 채택
①규모의 문제 : 외환시장 거래규모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작다.
②신뢰의 문제 : 외환당국이 바라는 방향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
③환율정책과 통화정책의 상충 : 평가절하 정책은 통화량 증가를 유발하여 물가안정목표와 상충된다.
2)중화 외환시장 개입의 한계
①채권발행의 이자 지급 문제로 인하여 또 다른 통화량 증발의 요인이 된다.
② 금융자산의 완전 대체의 경우 민간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변동시킬 필요가 없으므로, 외환시장 개입 의 효과가 없어진다.
③ RET 성립 시 정부채권의 표기통화 구성의 변화는 투자자들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
3)비중화 외환시장 개입의 한계
- 국내통화량 변동으로 환율의 불안정성이 심화된다.
- 미래의 경제정책에 대한 예상변화가 현행 환율 및 현행 예상에 영향을 주어 환율을 불안정 하게 하고, 균형 상태로부터 이탈시킨다. (Ex. 정책 및 제도의 변화 때문에 현재의 가격 또는 환율의 움직임이 Jump 현상을 보이는 경우)
- 시사점 : 경제주체들이 미리 정책을 예상하면, 정책당국은 더 이상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
- 성장률, 물가, 이자율 및 국제수지 등 경제기초변수(펀더멘탈)이 건실하게 운용되는 상황에서 불안정적 환율 변동에만 제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외환시장개입
홍콩 통화가치가 환율밴드 상한선에 바짝 다가가자, 홍콩금융당국(HKMA)가 17일 또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금융당국은 이날 홍콩달러의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12억 달러의 보유외환을 풀어 95억 홍콩달러를 사들였다. 이날 시장 개입은 이달들어 세 번째다.
홍콩 달러는 이날 정오 1US달러당 7.8496 HK달러를 기록해 환율 변동 범위(7.75~7.85달러) 상단을 위협했다.
홍콩 달러가 하락한 것은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1%로 치솟아 달러로 교환하려는 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 /그래픽=김현민
홍콩 경제는 이중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통화시장에서 홍콩 달러는 미국 달러에 고정시켜 놓았지만, 경제는 중국 본토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중국 본토에서 돈이 많이 들어오면 홍콩 금리가 낮아지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홍콩에 몰려든 돈이 미국으로 빨려 간다. 홍콩 돈은 약세로 가야하지만, 달러에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경제에 동시에 연동되어 있는 이중국적의 홍콩은 지난달 중순 이후 이 구조적 모순에 허우적거리며 홍콩 돈이 빠른 속도로 미국시장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벌써 한달째다.
홍콩은 1983년 1 US$ 당 7.8에 홍콩달러를 고정시켰다. 그러다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지자 환율을 1 US$ 당 7.75로 변경했다. 그후 2005년엔 변동폭(band) 개념을 두어 환율 변동폭을 1 US$ 당 7.75~7.85 사이에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홍콩 달러를 절하했다.
따라서 최근 한달간의 홍콩 달러는 페그제와 준페그제를 실시한 이후 35년만에 최저의 환율이다.
원인은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미국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홍콩의 준중앙은행인 HKMA가 금리를 동시에 올린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돈이 홍콩으로 밀려들기 때문에 홍콩 집값은 뛰고 주식시장도 달아올라 있다. 홍콩도 금리를 인상했지만 미국의 인상된 금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홍콩의 단기금리(Hibor)도 빠른 추세로 오르고 있다. 미국 단기금리(Libor) 사이에 금리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떠도는 수조 달러의 캐리트레이드 자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홍콩 금융당국은 최근 한달동안 보유외환을 풀고 있지만, 미국 달러화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MF는 24일(현지시간) 내놓은 연례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에서 지난해 한국의 외환시장 총 순개입(total net intervention)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7%인 외환시장개입 약 100억달러(약 11조4천억원)로 제한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 중 50억달러는 선물환시장에서의 순개입인 것으로 IMF는 추산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의 순개입은 약 20억달러로 추정됐다.
IMF가 추정한 韓 외환시장 개입…"지난해 100억달러"
IMF는 작년까지는 ESR에서 개입 방향과 목적에 대한 평가만을 내렸을 뿐 규모를 거론하지는 않았었다.외환시장개입
반면 미 재무부가 반기마다 발표하는 '환율보고서'는 주요 교역국의 외환시장 개입 추정액을 공개해왔다.
지난 4월 환율보고서는 한국이 지난해 GDP의 0.6%인 90억달러의 외환을 순매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IMF의 이번 개입 추정액 발표는 한국 정부가 IMF와 논의를 거쳐 지난 5월 개입 내역 공개를 결정한 뒤 이뤄졌다.
IMF는 ESR에서 개입의 방향에 대해서는 "2015년 초 이래 양방향(two-sided)인 것으로 보인다"는 종전 견해를 유지했다.
아울러 "개입은 2015년 이래 무질서한 시장환경에 외환시장개입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개입은 2015년 이래 과도한 변동성을 누그러뜨리는(smoothing) 데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외환시장개입 보인다"는 지난해 보고서의 평가와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IMF는 또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권고도 유지했다.
IMF는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2013년 이래 점진적 절상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2017년에는 3.0% 절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REER은 펀더멘털 및 바람직한 정책에 부합하는 수준보다는 1.7~7.2% 저평가 되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5월 기준 REER은 작년 평균에 비해 2.0%절상됐다고 밝혔다.
IMF는 한국의 순국제투자포지션(NIIP)은 작년 말 기준 GDP의 16%를 나타냈다면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NIIP는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해 한국의 대외 포지션은 "중기적 펀더멘털 및 바람직한 정책 설정에 의해 정당화되는 것보다 완만하게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이는 저축 과잉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민간 투자를 반영하는 외환시장개입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히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IMF는 덧붙였다.
한편, IMF는 지난해 글로벌 경상수지 흑자 및 적자가 세계 GDP의 3.25%를 나타냈다면서 대체로 변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IMF는 이 가운데 40~50%는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독일과 중국, 한국, 네덜란드, 스웨덴, 싱가포르 등 선진국 몇 곳의 과잉 흑자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개입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안을 두고 긍정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개주기와 방식이 당장 시장충격을 최소화 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개 주기가 우선 반기별로 한정된 가운데 공개 방식이 순거래 내역인 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외환시장개입 한쪽에서는 개입내역 공개 자체가 외환당국의 운신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7일 개최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기(6개월)마다 순거래 내역을 공개한다. 내년 말부터는 이 기간을 분기(3개월)로 외환시장개입 줄여 1년에 4차례 시장 개입 내력을 공개하게 된다.
공개 시차는 대상기간 종료 후 3개월 이내로 한은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올해 하반기의 거래 내역이 내년 3월 말에 공개되는 식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62년 외환시장 설립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당국의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밝히게 됐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35번째,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에서는 14번째다.
일단 전문가들은 정부가 순거래액 공개를 지켜낸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순거래액은 외환당국이 실시한 외환 거래 중 총 매수에서 총 매도를 뺀 내역을 뜻한다. 예컨데 외환당국의 매수·매도 금액이 각각 100만원일 경우 순매수액 0원만 공개하면 되는 식이다. 쉽게 말해 외환을 사고 판 흔적을 지우겠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등이 요구한 매수 총액과 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방안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매수·매도 총액이 공개되면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내역 패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어서 환투기 세력에 노출될 위험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를 번번히 괴롭혔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엄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출기업을 위해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우리 외환정책 운영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고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외환정책의 대내외 신뢰도 제고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수출·수입의 95%를 달러로 결제하고 있을 만큼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외환시장 정보 공개 자체가 부정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향후 급격한 쏠림현상이 있더라도 외환당국의 대처가 훨씬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는 글로벌 자산의 한국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율관리가 어려워지면 우리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김천구 현재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헤지 등) 수출기업들의 세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공개주기를 6개월에서 3개월로 좁힌 것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미 일정 기간이후 공개주기를 짧게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영국, 캐나다 등과 같이 1개월 단위 공개를 요구하는 압박이 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쓴소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개주기가 짧은 나라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보통 기축통화(Key Currency)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화가 신흥국과 비슷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정보공개의 범위를 최소화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유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6원 상승한 1081.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외환 순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개입내역 공개의 단기적인 영향은 중립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달러 약세) 외환시장개입 압력이 되는 재료"라며 "앞으로 약(弱)달러 환경이 도래하고 코리아 리스크가 완화되는 상황에서는 외환당국의 지속적 개입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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